경제형벌 제도 개선 기업 건의

대한상공회의소가 6월 3일 정부에 제출한 ‘경제형벌 개선 건의’에서, 불합리한 경제형벌 제도를 재검토하고 18개 항목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기업과 기업인에 부과되는 과도한 형벌 규정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제도 완화와 합리화를 요구한 것이다. 이는 기업 경영환경 개선 및 법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경제계의 집단적 목소리로 해석된다.

불합리한 형벌 조항, 기업 활동의 위기 요인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건의서에서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주요 원인으로 ‘불합리한 형벌 조항’을 지목하였다. 현재 다수의 경제 관련 법령에서 형사처벌 규정을 과도하게 두고 있으며, 위반 시 기업인 개인에게 형사처벌만을 부과하여 기업경영 전반에 심각한 부담을 안긴다는 분석이다. 특히 법령에서 요구하는 입증 책임이나 위법 여부의 기준이 모호한 경우, 기업은 사후 법적 분쟁이나 처벌 위험을 상시적으로 안고 경영해야 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대기환경보전법, 폐기물관리법 등 환경 관련 법률의 상당수 조항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감독 행위에 의해 발생한 경미한 실수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문제로 이어진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담합 사례의 경우, 사전 인지 없는 내부 직원의 행위까지도 경영진에게 형사책임을 지우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형사규제는 기업의 자율적인 내부통제 강화 노력을 저해하고, 사전 예방적 조치를 취하는 동기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형벌 위주의 제재 방식은 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해외에서는 민사 또는 행정적 제재로 대응하는 사안들을 국내에서는 형사처벌로 몰아가는 구조가, 국내 기업의 글로벌 활동에 불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법적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보호 전략에 주력하면서, 새로운 도전이나 혁신보다는 최소한의 생존 경영에 집중하게 된다. 이런 경향은 장기적으로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경제형벌 규정

대한상의는 구체적인 제도 개선 사항으로 총 18개 규정을 지목하고 그 개선 방향까지 명시하였다. 먼저, 기업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반행위 중 고의성이 없거나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없애거나 필요 최소한의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비형벌화’ 원칙에 기초하여, 기존의 ‘형벌 중심 법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건의서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사항은 형사처벌 조항이 과도하게 포함되어 있는 영업관련 법령들의 정비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과중한 형벌 책임을 부과하면서 실질적으로 안전관리 책임을 위임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라는 비판이 있다. 대한상의는 이와 같은 사례에 대해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한 행정제재 또는 과징금 중심의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기업의 대표자나 경영진에게만 형사책임을 과도하게 집중시키는 규정에 대해서는 ‘대표자 책임의 명확화’와 ‘조직범죄로서의 판단 기준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형벌 법리가 근거 없이 기업인을 처벌하는 방향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향후 법 집행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려는 취지다. 대한상의는 이밖에도, 순응적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자진신고 감면제도 확대, 행정지도 중심의 법 집행 강화 등도 병행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건의하였다.

기업인 보호와 법치주의 균형 확보

기업들의 요구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환경’ 속에서도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균형적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형벌 조항의 재조정이 기업 활동 보호뿐 아니라, 헌법의 비례성과 과잉금지 원칙에도 부합하는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특히 국제사회와의 조화를 통한 법제 정비 역시 주요한 과제로 지목된다. OECD 국가 다수가 경제법령에서 형사책임을 최소화하고, 과징금, 행정명령 또는 시정명령 등의 비형벌적 방식으로 기업의 법규준수를 유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국내 제도를 이러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개선하는 일이 향후 기업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법 규정의 무리한 적용으로 발생하는 기업가 개인의 인권 침해 문제도 거론되었다. 법 집행 과정에서 무조건적인 형사고소나 구속수사가 이뤄지는 경우, 경영인의 사회적 책임은 물론이고 기업 이미지 손상 및 시장 신뢰 하락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한상의는 “경미한 행위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의 재량권 제한과 사법적 판단 중심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경제 관련 형벌 제도의 실질적 개선은 단순한 기업 보호를 넘어서, 법적 안정성과 사회적 신뢰 회복이라는 공익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사안이다. 정부가 이번 건의서를 단순한 규제완화 요구로 치부하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 재조사를 통해 개선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경제계의 강한 입장이 반영된 목소리이다.

맺음말: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정부의 결단 필요

대한상공회의소의 ‘경제형벌 개선 건의’는 기업 활동과 경영환경의 안정적 유지, 그리고 법의 실효성 확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시도다. 형벌 중심의 규제가 지금껏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고, 사회적 낙인을 통해 장기적인 기업 활동을 위협해 왔다면, 이제는 형사처벌의 전면적 재검토를 통해 실질적 규제 합리화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과 함께, 각 부처별 규제 점검, 관계 법령 정비, 그리고 이해관계자 간의 협의체 구성 등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형사제재 외적 수단을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함께 검토되어야 하며, 실무적으로는 관련법 위반 시 구체적인 처벌 수위나 불처벌 기준 등이 명확히 제시되어야 한다.


앞으로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경제계의 건의를 반영하고, 형벌제도 전반을 점검할지 주목된다. 실효성 있는 개선이 이뤄진다면, 법치와 경제 활성화라는 두 축의 조화가 가능한 시대적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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