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발전의 시간과 세대의 축적
막스 플랑크가 말한 "과학은 한 장례식씩 진보한다"는 통찰은 과학이 일순간의 천재성보다 시간의 흐름과 실패의 반복, 그리고 세대 간의 지식 축적을 통해 진화한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의 이론은 새로운 질문과 실험, 그리고 후속 세대의 반박과 대체를 거쳐 사라지거나 발전하며, 그 과정 자체가 과학의 본질임을 보여준다.
과학 발전은 단순한 발견 이상의 의미를 갖으며, 수많은 실패와 질문이 쌓여 세대를 거쳐 축적될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진보로 이어진다.
시간을 넘어 형성된 과학 지식의 진화
막스 플랑크의 말처럼 과학은 단발적인 발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세대를 통해 축적된 지식 기반 위에 세워진다. 초기 과학자들의 이론은 후속 세대에 의해 확인되거나 반박되고, 그러한 검증과 반론의 과정을 통해 보다 견고한 과학적 이해가 정립된다. 이것이 바로 과학이 시간에 따라 진보하는 방식이다.
뉴턴의 고전역학은 오랫동안 물리학의 기본 원리로 자리 잡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그 한계를 드러냈다. 이처럼 과학이론은 시간에 따라 정체되지 않고 지속적인 혁신과 수정을 겪는다. 이러한 역사는 단지 발견의 연대기가 아니라, 질문과 검증, 때로는 폐기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이해로 나아간 시간의 기록이다.
또한 인류의 과학적 진보는 단순히 기술의 발달에 의존하지 않았다. 과거의 실수와 실패, 심지어는 잘못된 결론조차도 훗날 더 깊은 이론의 밑거름이 되었다. 19세기 말까지 지속되었던 열역학 논쟁과 양자역학으로의 전환은 이러한 예를 잘 보여준다. 학자들은 이전 세대에서 받아들여진 개념을 의심하고, 실험을 통해 다른 질문을 제기했으며, 그 과정이 반복되며 현대 과학의 기반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반복적이고 축적적인 흐름은 과학의 고유한 진보 메커니즘으로, 단기간에 결실을 기대하기보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깊이 있는 이해를 갖추는 방식임을 의미한다. 오늘날 AI와 같은 첨단기술의 발전도 수십 년 전 수학과 물리학 이론의 기반 위에 싹튼 결과라 할 수 있다. 결국, 과학은 시간이라는 지평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다.
세대를 거쳐 쌓이는 지식의 축적
과학 지식의 진보는 단지 개인의 위대한 발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쳐 전승되고 쌓이는 지식의 결과임을 잊어선 안 된다. 한 세대의 발견은 다음 세대의 질문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연결된 연속성 속에서 과학은 점차 정교한 체계를 갖추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세포 이론의 발전을 들 수 있다. 17세기 로버트 훅이 현미경을 이용해 세포(cell)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후, 실제 세포가 생명 활동의 기본 단위라는 개념은 오랜 세월에 걸쳐 입증되었고, 궁극적으로 현대 생물학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생물학적 실험과 이론 검증에 참여하면서 가능했던 대규모 지식 축적의 산물이다.
이러한 축적은 단지 과학적 데이터의 양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존 이론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과 탐구, 후속 연구의 반복, 그리고 기술 발전을 통해 가능한 새로운 실험 방식이 뒤따를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특히, 페니실린의 발견이나 DNA 구조의 해명도 해당 분야에서 수십 년간 지속된 연구와 논의, 의견 차이를 좇는 도전의 축적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다.
더불어 세대 간 연결은 단순한 지식 전수뿐 아니라, 과학자의 의식 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초기에는 거부되거나 낯선 이론도 시간이 지나며 점차 학문적 공감대를 얻고,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하면서 혁신으로 받아들여진다. 즉, 과학은 단절이 아니라 계승을 통해 발전하는 유기적인 구조임을 보여준다.
실패를 딛고 이루어지는 진정한 진보
과학의 진보는 자주 실패를 동반하며, 때로는 그 실패가야말로 다음 단계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제가 된다. 이러한 실패는 단지 오류가 아니라, 더 나은 이해로 나아가기 위한 필요한 정지이자 전환점이다. 이는 곧 플랑크가 말한 ‘장례식’이 단순한 이론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틀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과정임을 뜻한다.
역사적으로도 수많은 과학 이론은 그 당시에는 충격과 비난을 동반한 실패로 여겨졌지만, 후대에서 혁신의 단초가 되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은 교회 권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이단 시 되었지만, 그 실패는 이후 천문학과 물리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사고실험은 처음에는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양자역학의 불확실성과 중첩 개념을 깊이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
실패가 과학의 필수 요소임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는 라부아지에의 화학 혁명이었다. 그는 당시 널리 퍼져 있던 연소와 관련된 플로지스톤 이론에 도전했으며, 산소의 존재를 밝힘으로써 기존 이론을 혁파했다. 이는 실패와 재도전의 연속 없이 불가능했을 일이지만, 동시에 과학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롭게 진화할 수 있는 지적인 유연성을 지녔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과학적 실패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코로나19 같은 예상치 못한 전염병은 기존의 의료 패러다임을 시험했고, 완전하지 않은 초기 대응들은 곧바로 수정과 보완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실패에 대한 수용과 개선은 과학을 고정된 진리가 아닌, 열려 있는 탐구의 영역으로 만든다.
막스 플랑크의 말처럼 진정한 과학의 발전은 한 세대의 통찰만으론 불충분하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세대가 실패를 반복하며 쌓아온 축적의 결과가 오늘날의 과학을 만들었다.
앞으로의 과학도 이전 세대의 질문을 이어받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만 진정한 진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과학을 단순한 지식의 집합체가 아닌, 세대를 넘나드는 지적 여정으로 바라봐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각 과학 분야별로 이러한 '장례식의 진보'가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 위주로 풀어보겠습니다.